여헌선생 장문강공 휘 현광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한몸은 곧 백천만대의 선조께서 전하여 준 것을 물려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히 내 몸은 곧 나의 소유라고 말하겠는가? 내 몸을 가벼이 하는 것은 곧 선조를 가벼이 하는 것이다. 또 그몸을 욕되게 하고 그 몸을 패망하게 만드는 데 이르는 것은 그 선조를 욕되게 하고 그 선조를 패망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다하는 이치와 효도를 다하는 도리가 과연 그 자신을 잘 사랑하고 공경하고 중 히 하는 것에서 벗어나겠는가? 한 생각을 함에 있어서도 선조를 생각하여 선조의 뜻에 어긋남이 있을까 염려하고. 한 말을 함에 있어서도 선조를 생각하여 선조의 덕망에 어긋남이 있을까 염려하고, 한 행동을 함에 있어서도 선조를 생각하여 선조의 도리에 어긋남이 있을까 염려하라. 이렇게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항상 깊은 연못에 다다른 듯, 엷은 얼음을 밟는 듯이 삼가 하면 거의 선조께서 남겨 놓은 교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가 있고, 선조들께서도 또한 가히 훌륭한 자손을 두었다고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 四未軒訓家九箴(사미헌훈가구잠)
一. 事父母(사부모)
부모님께서 날 낳으시고 길러 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한량없고 그지없다. 인성이나 학문과 같은 심지를 기르고 육신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은 사람으로써의 당연한 도리이자 직분이다. 서산에 기울어 가는 해처럼 부모의 연세가 높으니 모시고 섬길날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유가 부모를 위해 먼 곳에서 양식을 지고 온 것이나 부처럼 돌아가신 조상의 묘소를 수없이 찾아 헤멘 고사와 같이 비록 자식된 도리를 당연히 하였다 하더라도 항상 다 못한 것 처럼 송구스럽게 여겨야 한다. 찬장과 곳간에서 음식을 잘 장만하여 매일 정성을 다하여 극진히 봉양하고 부모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어리광을 부리는 행동이 부모에게 위로와 기쁨을 드릴수 있다면 이는 매우 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으로 효도를 다 한 것은 아니다. 그르면 진정한 효도는 어떤 것인가. 종신토록 자기의 신체를 잘 보존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이므로 육체를 손상하게 해서는 않되며 또한 인성과 성품에 위해가 있도록 해서는 더욱 않 될 것이다. 순임금을 모범으로 삼고 증자를 본보기로 하여 조심하고 삼가하며 공경을 다하고 부모에게 물려 받은 것을 온전히 잘 보존하면 온갖 선이 충족하게 될 것이다.
二. 友兄弟(우형제)
형제로 태어나서 어릴때는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고 베게도 나란히 베고 이불도 함께 덮으며 잠자리를 같이하고 맞있는 것은 적은 것이라도 나누어 먹으면서 성장하고 처와 자식을 두게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각기 분리하게 된다. 전지와 척포의 고사를 교훈삼아 형제간에 조그마한 다툼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꼴이되니 형제간에 불화는 없도록 하여야 한다. 처음 태어 났을때를 생각하면 형제란 비록 생김새는 다르나 기운은 서로 같으니 부모의 마음에는 사랑하지 않는 자식은 없을 것이며 열손가락을 깨물어도 아프기는 매냥 같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모두 하나으므로 사람들은 이와같은 사실을 잊지 말고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는 더욱 가까이 하며 지내야 한다. 만약 병이나서 아프거나 괴롭고 슬픈일이 있으면 내가 당한 것과 같이 함께 하여야 하고 마음속 깊은 정의로 서로가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 형제 사이가 서로 정답지 못한다면 상체나무의 꽃도 함께 어우러지면 더욱 빛나고 할미새도 서로 도와 가면서 살아간다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어떻게 이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三. 謹夫婦(근부부)
군자의 도리도 부부로 부터 시작되니 서로가 어떻게 공경하지 않고 대할 것이며 또한 그 도리에 어찌 정성을 다하지 않겠는가! 남녀란 신체와 사고도 같지 않는데 만약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 마음속의 욕망과 감정을 추스리기 어렵게 되고 결국 부부의 도리가 허물어져 괴롭고 힘들게 상대를 대하게 된다. 배움이 없으면 분노와 원망이 쉽게 나와 가정의 화목이 깨어져 각자의 위치를 잃게 되므로 이에 옛 성인들은 제일 먼저 가정에서의 법도와 행동규범은 정하고 품위와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일상생활 하는데 정성을 다하면 집안이 화목하고 만복이 들어오게 된다 하였다. 형제간에 즐거워 하고 부모를 편안하게 봉양하는 등 인륜으로 할 바를 능히 다하고 부부간에도 서로의 도리를 다하면 비록 옥루에 살드라도 부인은 남편을 남편을 부인을 큰 손님과 같이 어찌 감히 대하지 않겠는가.
四. 敎子孫 (교자손)
주역의 몽양편과 시전의 모이편에 옛부터 태교가 있다 하였으니 하물며 이와같이 자녀 교육의 중요성이야 오래 전부터 알지 않았겠는가. 웃기 시작할 때부터 거짓없이 좋은길로 인도하고 착하게 되도록 재능과 슬기를 함양토록 하는것은 가장의 책임이다. 가장의 행동거지는 아랫 사람의 본보기가 되니 작은 것이라도 정도를 잃으면 아이들 입에도 부끄럽게 오르 내리게 되므로 어른들은 각자가 할 도리를 찾아서 올바를게 인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공경심이 마음속에서 분발하여 일어나도록 일깨우고 덕을 숭상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남는 여력이 있으면 학문을 하는데 반듯이 정성으로 부지런히 갖은 힘을 다하면 마침내 큰 학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출중하게 빼어나는 사람이 될것이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어찌 그 명성이 끊어 지겠는가. 조상들이 모두 기뻐하고 나에게도 훌륭한 후손이 있다고 할 것이다.
五. 敬祭祀(경제사)
귀신에게 제사하는 것은 지극한 정성이 있어야 한다. 풍성하게 많이 차린 것 보다 차라리 간소하고 정결함이 좋으며 정성없이 제물을 갖추는 것에 대해서는 신리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간략하게 마련한 제사라도 깨끗이 정성을 다하면 복이 내리고 정성도 없고 제물도 없으면 감히 흠양함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제사가 드는 당일에는 정성과 사모하는 마음을 다하고 전기에 재계하고 목욕하며 내외 제관이 협력하여 음식을 장만하고 예를 갖추어 제사를 지내고 제물에도 마음을 다하면 신도가 일어나 흠양하게 될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면 멀고 멀어도 신령이 앞에 있는것 같고 일맥 기운도 통하며 제사를 마치고도 사모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남아 있으니 제사 음식이 복이 되고 자손에게도 경사가 있으리다. 저 수달이도 제사를 지내니 사람들이 어찌 조상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六. 接賓友(접빈우)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책망과 비방을 받게 되니 이와같은 것은 곧 나의 교만과 방자함일 것이다. 어른은 아버지와 같이 받들어 모시고 형의 연배에게는 형같이 대접하고 모든 어린이에게도 내집 아이처럼 대하여라. 비록 친하다고 하여 소홀하지 말고 아무리 미천하여도 멸시하지 마라. 내가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툭 터놓고 성의를 다하라. 더구나 벗이 되었으면 진정한 마음과 덕으로 벗을 사귀어야 한다. 예의를 지키며 오가는 것을 선각자들은 법식으로 삼았으며 법도가 아니면 행하지 않고 자기 직분이 아니면 꾀하지 말아야 한다. 내심 스스로 반성하며 생각을 가지련히 하면 상대의 선과 악이 모두 나의 스승이 되며 번거롭게 친근하려다 도리어 소원해 지게 하지 말고 붕우를 오래도록 공경하는 것이 오륜 가운데 하나이며 이것이 하늘의 밝은 명령이다.
七. 敦親戚(돈친척)
물줄기는 시원부터 나누어 흐르고 나무가지도 한 뿌리에서 나왔으니 기혈을 이어 받아온 친척들이 어찌 가깝고 버성함을 따질것인가. 친. 인척들이 모두 한 부모에서 비롯되었으니 아버지의 아우가 숙부가 되고 어머니의 오라비가 외숙이 된다. 성인이 가르침을 세워 정하기를 친척간에 화목하고 사이좋게 지내며 예를 지극히 정성스레 하면 인정도 크게 일어난다 하였으니 이렇게 하면 모든 친척들이 어찌 아니 좋아하지 않겠는가. 후한 사람에게 박대할 수 없으나 혹시라도 서로가 재물을 탐내고 이익을 다투며 가난하다고 업신여기고 약하다고 능멸하면 분노와 원한이 쌓여 원수처럼 변할지 모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고난 착한 성품이 있어 이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게 여기야 한다. 어떻게 조선을 생각하면 처음에는 모두 한 몸이니 서로가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면서 인륜을 돈독히 하고 예를 바로 잡아야한다.
八.勉讀書(면독서)
사물의 이치를 보고 이치와 법도에 따르느것 이것이 학문이다. 어찌 글만 읽는 것이 겠는가. 그러나 경전은 성인들이 지은 법식과 도리이므로 온갖 이치가 있고 온갖 선이 다 들어 있어서 잠시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마치 눈 앞에 높은 담장을 대하고 있는 것 같다. 저 훌륭한 선각자도 깊이있고 정밀하고 자세히 읽으셨다 하니 우리 같은 후학들이 어찌 감히 방탕하고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엄숙한 마음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밝고 고요한 마음과 정밀한 생각으로 이에 책을 펼치면 마치 책속에서 옛사람을 대하듯 하고 성현의 가르침을 익히고 되새기며 타당한 이론을 이어 받아 때때로 자신의 성품을 되돌아 보고 반성도 하면서 모든 일을 실제로 경험하는것 처럼 나날이 반복하면서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하고 또 깊이 생각하면서 잊지를 마라
九.勸農桑(권농상)
백성은 왕도정치를 중요시 하며 농사는 백성들의 직업이다. 우리는 대대로 가난하였으니 농사가 아니면 어떻게 살 수 있었겠는가. 천한자의 일이라고 꺼리지 말고 재상 이윤도 농사를 지었으니 그런 일을 어렵다 하지 말고 관도 호미를 차고 다녔다. 농기구를 갖추어서 이웃에 빌리지 말라. 농기구를 빌리다 보면 서로 방해가 될 수 있고 제 때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름주는 방법은 가동의 말을 들어야 하며 땅의 이로움을 잘 활용하면 하늘도 가난하게 하거나 궁핍하게 못할 것이다. 아! 우리 부녀자들도 누에 치고 삼베를 짜면데 누에치기는 한 달 보다 조금더 길어 그기간이 사십오일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를 섬기고 자식을 양육하는데 정성을 다하고 예법과 인정에 따라 정성을 다해 극진히 실천하여라. 나의 이말을 하잖게 여기지 말고 성인의 교훈을 잘 새겨 밝게 빛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라.
自警箴(자경잠)
마음을 차분히 하여 깊은 탐색으로 성현의 교훈과 자취를 따라 학문을 탐구 하고 예법의 근본도리에 대해서도 정밀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여 실천하라. 지고한 학문의 경지를 조급히 달성하려고 하지 말고 평생 달성하지 못 할 것이라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진실로 노력한 것이 쌓이고 체험을 하다가 보면 암연중에 어느날 갑자기 깨처질 것이다. 그르므로 어찌 한순간이라고 중단할 것이며 노력도 없이 감히 옛 스승을 흉내 낼 수 있겠는가. 지극히 공경하고 정성을 다하면서 부족한 것은 보충하며 작은일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